햇볕이 뜨거운 한 여름에 웬 인동이야기냐고 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식물의 전성기를 꽃이 피는 시기를 기준으로 나눈다면, 인동은 분명 여름꽃이다.
여름이 시작될 무렵부터 그 아름다운 꽃들을 피워내기 시작하여 온 사방에 퍼트리고 있으니 말이다.
그러면 왜 이름을 참을 '忍' 겨울 '冬', 겨울을 이겨낸다는 뜻으로 지었을까?
따뜻한 남쪽 지방에 가면 해답을 얻을 수 있는데 그곳 들녘에선 겨울에도 꽃을 피워 내고 낙엽이 지지 않은, 파란 잎을 가진 인동을 보는 일이 그리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또 한 가지 인동을 두고 가지는 오류가 있는데 바로 ‘인동초’로 부르는 것이다. 인동은 덩굴성이지만 풀(草)이 아닌 나무인데 말이다.
인동이 유명해진 계기가 있었다. 김 대통령이 인동꽃을 무척 좋아하여 사진까지 걸어두었다는 것이다. 겨울을 즉 시련을 참고 견디어 살아 있는 그이름과 정신이 마치 자신의 생애를 보는 듯하여 좋았기 때문이란다. 진짜 대통령이 좋아하시는 지는 확인할 길이 없으나, 선거에서 당선되자 우리 나라 나무시장에서는 때아닌 인동파동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문헌을 들추어 보면 인동이 이땅에서 자라면서 우리 선조들과 함께 생활해온 역사가 그리 만만치 않다. 주로 ‘금은화’로 많이 불리웠는데 인동의 꽃이 흰색과 노란색으로 한 나무에서 나란히 붙어 달리기 때문이다.
이 색으로 길조를 상징하는 식물이 되었음은 물론이며 이에 얽힌 전설까지 있다. 또 고구려 중묘 벽화나 중화지역의 진파리 1호 고분 벽화에서도 인동무늬가 새겨져 있으며 통일신라시대에도 인동당초평와당이라하여 기와 문양이 있는 등 인동의 무늬를 아로새긴 기와나 청자를 볼 수 있다.
인동은 그 이름도 많은데 꽃의 수술이 할아버지 수염과 같다고 하여 ‘노옹수’, 꽃잎이 펼쳐진 모양이 해오라기 같다고 하여 ‘노사등’, 꿀이 있으니 ‘밀보등’, 귀신을 다스리는 효험있는 약용식물이라 하여 ‘통령초’ 라고도 하니 기억하여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다. 서양에서는 꽃잎의 모양을 두고 트럼펫꽃(trumpet flower), 풍부한 꿀을 분비하는 것을 두고 허니 써클(honeysuckle)이라고도 한다.
인동은 옛부터 약으로 쓰였는데 본초강목을 보면 인동은 귀신의 기운이 몸에 덥쳐 오한과 고열이나고 정신이 어지러워지고 급기야는 죽음에까지 이르게 된다는 오시병을 고치는 명약으로 기록되어 있다고 한다. 실제 한방에서는 화농성 종기 세척제로 쓰며 최근에는 장에서 그 골치덩어리 콜레스테롤의 흡수를 저지한다 하여 활발한 연구가 진행중이다.
인동꽃으로 하는 목욕도 있고 신장에 좋다는 인동술도 있지만 이 보다 더 운치있는 것이 인동차다. 노랗게 변한 꽃잎을 따다가는 밝은 그늘에 말려 뜨거운 물에 우려마시면 향기나 풍류가 쟈스민차 부럽지 않다.